K-라면 '수출 신화' 뒤의 민낯... 원료 95%가 수입산
- sungzu

- 1월 13일
- 4분 분량
K-라면 '수출 신화' 뒤의 민낯... 원료 95%가 수입산
연 1조원 넘는 수출 효자상품, 정작 국내 농가엔 '그림의 떡'
2026년 1월 12일 거의 모든 언론이 라면을 대서 특필하였다. 라면이 엄청나게 잘 팔리고 수출 효자란다. 그렇다면 라면이 우리 농업계에도 효자일까. 한국의 대표적 식품인 라면. 그 허와 실을 알아보자.
한국 라면이 K-푸드를 대표하는 수출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정작 국내 농가는 이 수출 호황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24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 라면 제품 원료의 약 95%가 수입산이고 국산 원료 비중은 불과 5%에 그쳤다. 이는 같은 K-푸드 수출품목인 과자류(약 15% 국산), 음료(약 38.8% 국산)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수치다. 이상하다. K-푸드는 국산 식재료가 들어가야 K-푸드 아닌가. 대부분을 수입산을 쓰면서 K-푸드라니.
사상

한국 라면이 K-푸드를 대표하는 수출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정작 국내 농가는 이 수출 호황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첫 10억 달러 돌파했지만...
한국의 인스턴트 라면 수출은 최근 10여 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2015년 약 2억2천만 달러 수준이던 수출액이 2023년에는 약 9억5천만 달러로 4배 이상 증가했다.
2024년에는 10월까지 수출액 10억2천만 달러를 달성하며 이미 전년 연간 실적을 넘어섰고, 연말까지 12억 달러(약 1조5천억 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K-푸드 열풍과 코로나19 이후 해외 수요 증가에 힘입어 한국 농식품 수출 품목 중 1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주요 수출 시장은 중국, 미국, 일본 등이 상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와 유럽 등 전세계 120여 개국에 한국 라면이 수출되고 있다. 특히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등 인기 제품의 활약이 수출 증가를 견인했다.
밀가루 99.7%, 전분 대부분 수입산
문제는 라면의 핵심 원재료 대부분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라면 제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밀가루의 국산 비중은 약 0.3%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99.7% 이상은 미국, 호주 등지에서 수입된 밀을 사용한다. 우리나라의 연간 밀 소비량 약 200만 톤 중 약 26%인 38.5만 톤이 라면 생산에 쓰이지만, 그중 국산밀 사용량은 거의 미미한 실정이다.
쫄깃한 면 식감을 내기 위해 첨가하는 전분류도 대부분 수입산이다. 농심 감자면 제품 원료표시를 보면 감자전분(독일산), 소맥분(미국·호주산)으로 명시돼 있다. 면을 튀기기 위한 팜유는 기후적으로 국내 생산이 불가능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산을 100% 수입에 의존한다.
주요 브랜드들도 예외 없어
라면 브랜드별로 라면 원재료를 알아 보았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을 비롯한 자사 제품을 모두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여 수출하지만, 원재료는 대부분 수입산을 사용한다. 면 제조에 필요한 밀가루는 전량 미국산·호주산 등 수입밀에 의존하고, 면발 강화에 쓰이는 전분도 주로 독일산 감자전분을 사용한다.
농심 제품들 역시 밀가루, 전분, 팜유 등의 주요 원료는 수입산을 사용한다. 신라면 봉지라면의 경우 밀가루는 미국산·호주산, 전분은 독일산, 유지류는 말레이시아산 팜유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농심은 일부 양념 원료에는 국산 농산물을 적극 활용해왔다. 신라면 개발 당시 국내에서 재배되는 수십 종의 고추를 비교 테스트하여 가장 알맞은 품종을 골라냈고, 현재도 신라면의 스프에는 국산 청양고추 등 국내산 고춧가루가 일정 부분 함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산 원료 활용 시도도 나타나
물론 모두 외산만 쓰는 것은 아니다. 국산을 쓰려는 노력도 분명 있었다.
최근 일부 기업들이 국산 농산물을 활용한 제품을 선보이며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뚜기는 2025년 출시한 '더핫(THE HOT) 열라면'에 경북 영양군의 특산품인 영양고추를 듬뿍 넣었다. 영양군 1,100여 개 고추 농가와 계약 재배가 이뤄져 지역 농산물이 라면 제품에 활용되는 상생 모델을 구축했다. 이 협업은 행정안전부 지역상생 협력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오뚜기는 제주도 로컬 맛집과 협업한 '제주똣똣라면'에 제주산 대정 마늘과 제주산 흑돼지고기 등을 원료로 사용했다. 특히 흑돼지 뒷다리살처럼 소비자가 선호하지 않는 부위를 건더기 원료로 활용해 제주 양돈농가의 판로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오뚜기는 2022년부터 추진한 '한국농업 상생발전 프로젝트'를 통해 쌀, 양파, 대파, 고추 등의 계약재배 물량을 불과 2년 만에 847% 증가시켰다. 2022~2024년 누적 계약재배량이 2만8천 톤에 달한다.
닭고기 전문기업 하림이 출시한 '더미식(The미식) 장인라면'은 밀가루를 제외한 대부분의 원재료를 국산으로 사용했다. 사골·소고기·닭고기 등 신선 육류와 국산 양파·마늘·버섯 등을 20시간 우려낸 육수를 활용했지만, 가격이 일반 라면보다 2~3배 이상 비싼 것이 과제다.
정부·업계, 국산 원료 확대 노력
정부는 국산 원료 사용 확대를 식품산업의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중요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년 밀산업 육성 기본계획에서 밀 자급률 5% 목표를 제시했으나, 2023년 현재 1% 안팎에 그쳐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2025년부터는 전략작물 자급률 제고 사업을 통해 식품기업 60여 곳에 국산 밀·콩·가루쌀 사용 제품 개발을 지원하고 있으며, 오뚜기 등 라면업체도 참여하고 있다. 또한 인구감소지역 특산물 활용 프로젝트를 가동하여 지역 농산물을 원료로 하는 K-푸드 상품화를 지원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농심은 최근 새우깡 원료를 다시 국산 꽃새우로 일부 환원하는 결정을 내렸고, 라면 분야에서도 국산 원료 조사를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프리미엄 제품 '삼양 1963 라면'을 통해 국산 우지(소기름)와 양념을 사용한 제품을 선보였다.
전문가들은 라면에 사용하는 밀가루의 10%만 국산밀로 대체해도 현재 국내 밀 생산량 3만7천 톤을 전량 소진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라면 수출이 늘어나는 만큼 국산 원료 사용 확대를 통해 농업 부문에 파급효과를 창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결국 라면 수출 호황은 우리 농가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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