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파크 옆 국수집] 1. 안동시 : 유교랜드, 주토피움, 안동국수
[테마파크 옆 국수집] 안동시 안동에 가면 안동 문화관광단지에 유교랜드 박물관과 동물원 주토피움이 있다. 그리고 민속테마파크라 부를만한 하회마을이 있다. 전시관, 동물원, 전통마을을 둘러 본 후 안동국시와 냉우동을 즐긴다. 안동 유교랜드 주토피움 골목안 손국수 신선식당
안동 유교랜드
안동은 우리나라에서는 유교의 본 고장이라고 자부한다. 유교라는 학문이자 종교는 고려 시대에 들어 와서 조선 시대를 거쳐 꽃을 피우며 우리 사회에 깊숙이 남아 있다. 특히 경상도에서는 보수적인 분위기와 함께 유교 문화는 굳건히 자리잡아 관혼상제에 문화와 예절로 남아 있다.
나에게 안동은 보수적인 도시로 인식되어 있지는 않다. 한옥이 많고 전통 음식이 남아 있는 재미있는 도시로 기억하고 언제든지 찾아갈만한 곳으로 생각한다.
안동은 스스로 양반의 고장이라고 자부한다. 재미있는 것은 안동의 옆 동네 영주는 선비의 고장이라고 자부한다. 양반과 선비는 같으면서도 다른 개념인지라 두 도시의 자존심 싸움이 재미있다.
그래도 안동은 유교를 테마로 여러 일을 벌였다. 그 중 하나가 유교랜드라는 테마파크를 만든 것이다
유교랜드는 안동문화관광단지 안에 자리잡고 있다. 전체 4천평의 면적에 4층짜리 건물 안에 조성된 실내 전시형 테마파크이다. 어른들에게도 어려운 유교를 어린이 눈높이에서 해석하고 풀어 놓은지라 그닥 재미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게다가 전시물에도 한자가 잔뜩 섞여 쓰여 있는지라 아이들도 보기 어렵고, 부모들조차 읽기 꺼려한다. 나같은 50대 꼰대야 하릴없이 돋보기 쓰고 한문을 천천히 읽는다 치지만 고역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한문으로 문장이 모두 쓰여 있는 것이 아니고 한글 해설문에 한자가 함께 쓰여 있는 수준이지만 말이다.
여름에 가면 유교 랜드는 매우 시원하다. 실내 파크의 위력이 아니겠는가. 안동문화관광단지는 넓은 부지에 위락 시설들을 모아 놓은 곳인데 어디 가나 마찬가지듯이 그늘이 없다. 그래서 유교 랜드는 유용하다. 햇빛을 피하는 또 다른 방법은 단지 안에 있는 호텔에 들어가는 것인데 호텔이란 것이 딱히 낮에 가족끼리 시간 보낼 만한 곳은 아니지 않는가.
건물 정면에서 바라보면 마징가Z의 머리가 하나 있다. 그런데 아뿔싸. 마징가Z가 아니라 양반의 모자인 정자관을 상징한 것이란다.
입구는 지하 1층으로 되어 있다. 입구로 들어가면 다행히 저렴한 입장료를 내고 인내심을 가지고 전시물을 들여다 보면서 한층 한층 올라가야 한다. 전시관을 잇는 동선에는 공백이 많다. 계속해서 유교 테마에 몰입해야 하는데 현대식 건물의 벽과 유리창이 어른거리니 산만해진다.
전시물을 어느 계층을 타겟으로 한건지 알수가 없다. 콘텐츠들이 청소년들이 보기에는 매우 꼰대스럽고, 부모가 보기에도 꼰대스럽고 중년들이 보기에도 현실성이 없는 공자왈 맹자왈이다. 미안하지만 재미없는 걸 어떡하랴.
편의시설은 화장실만 있다. 실내 전시관이라 음식물 먹기가 쉽지가 않겠지만 아예 파는 곳이 없다. 처음에는 있었겠지만 매출이 없으니 사라졌을 것이다. 2층을 지나다 보니 예전 스낵코너 자리가 보이기는 한다.
혹시 아주 어린 아이가 있다면 지하1층 로비층에 AR 놀이시설로 가라. 최선의 방책이다. 이름도 놀팍이라고 해 놓았다.
이렇게 혹평을 하지만 유교 랜드라는 장소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콘텐츠 전시관이다. 중국에서 조차 유교의 본질을 잃어 버리고 공자를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 버린 판이다. 현대에 와서 공자를 띄우다 보니 공자의 제삿날 제례를 지내려 해도 어떻게 하는지 몰라 한국의 유림들에게 자문을 구했다는 이야기는 아이러니하다. 내면에는 유교가 없는데 외형으로 공자를 영웅으로 만드려니 속이 빈 졸부의 모습이 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유교를 우리의 것으로 만들고 간직해 왔다. 심지어는 유교랜드라는 테마파크를 만들고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다. 안동에는 유교랜드 외에도 전통 문화 콘텐츠 박물관, 유교문화박물관을 가면 우리의 유교 문화를 잘 알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이 유교랜드가 경영난에 휩싸여 문을 닫을지 모른다. 장사가 안 되니 민간에게 위탁했지만 사업자도 별 수가 있겠는가. 코로나19도 문제지만 워낙 재미없으니 방문객이 적은걸 어쩌랴.
지자체에서 500억원을 들여 만들어 놓고 자기들이 운영하다가 안 되면 민간 위탁이라고 슬그머니 넘겨 버리면 면피가 되는게 아니다.
동물원 주토피움
유교랜드가 있는 안동문화관광단지 안에는 의외의 장소가 있다. 주토피움이라는 동물원이다. 어쩐지 유교랜드를 나와 전망 좋은 잔디 공원을 걷는데 어디선지 꿈꿈한 냄새가 나더라니. 내겐 익숙한 냄새이다. 동물 냄새다. 동물의 체취와 똥 냄새다. 십수년을 동물원을 가진 놀이공원에서 일한 나는 이 냄새를 좋아한다.
안동 사람들에게 동물원이 있다는 축복이다. 동물원이 동물 입장에서는 매우 안 좋은 시설이긴 하지만 동물을 보고 시간을 보내고 자연 생태를 이해하는 장소로서는 좋은 장소임에 틀림없다.
안동에 주토피움이라는 이름으로 자그마한 동물원이 성업 중이다. 크지는 않지만 어지간한 동물들은 다 보유하고 있다. 코끼리 같은 대동물은 없다. 대동물은 관리도 어렵지만 굳이 들여 올 필요는 없다. 사람들이 우리에 갇혀 있는 동물을 보면 측은해한다.
철저히 어린이와 가족 중심으로 동물원을 설계했기 때문에 이동과 관람이 매우 쉽다. 전체적으로 다소 경사가 있지만 동물 행동을 관찰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동물원의 끝자락에는 대형 식물원도 갖추었다.
작은 동물들을 바라 보며 눈이 휘둥그레져서 손가락을 보내는 어린아이를 보면 흐뭇하다. 알아 듣지는 못해도 동물을 설명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 더 흐뭇하다.
안동에 동물원이 있다니 안동 사람들은 복받은 거다.
주토피움 [사진: 김성주]
골목 안 손국수
지명을 음식 이름에 붙이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유독 안동에만 2개가 있다.
안동국시와 안동찜닭이 그렇다
안동은 무슨 자부심인지는 몰라도 이렇게 음식에 안동을 붙이는지 새삼 놀랍다. 그래도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다. 인정하는거겠지.
음식 이름에 지명을 붙인 것 중 잘 알려진 것은 평양냉면과 전주비빔밥이 있다. 안동국수는 평양냉면 급이라고 봐야 한다. 적어도 마케팅에서 보면 그렇다.
안동국시는 몇집을 가봐도 밀가루내가 풀풀나고 육수 맛도 밍밍하다. 그래서 별거 아니다 싶다만, 밀가루 음식에 밀가루 맛과 냄새가 나는건 당연한 것이니 본연의 맛을 느껴 보자는 생각에 먹을때마다 잔뜩 들이킨다.
진짜 이상한건 밀가루 풀내가 아니라 국수 상에 보리밥과 쌈에 반찬을 올려 주는 것이다. 제사상에 올렸던 음식이 밖으로 나온 탓인지 국수만 내기 미안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상이 가득하다. 그래서 제대로 된 한끼가 된다.
안동국시는 면 반죽에 콩가루를 섞고 홍두께로 창호지 두께만큼 얇게 밀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안동국시는 건진국수와 누름국수 두 가지가 있다.
건진국수는 삶은 면을 찬물에 헹궈 건져놨다가 시원한 국물에 다시 말아 먹는 방식이고, 누름국수는 삶은 면과 따뜻한 육수를 그대로 내놓는다.
육수를 은어로 만들어야 한다는데 지금은 은어가 잡히지 않아 은어 육수는 언감생심이다. 멸치로 육수를 낸다. 안동국시는 안동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국에 다 퍼져 있다. 칼국수계의 지존급으로 자리잡고 있다. 서울에는 청량리 경동시장 안의 안동집과 청량리 우체국 먹자골목 끄틉머리의 경북 손칼국수 집이 잘한다고 소문나있다.
안동국시 한상 [사진: 김성주]
안동 시내에는 국수집이 여러개 있으니 돌아가며 맛봐라. 내친 김에 맘모스 제과의 크림치즈빵도 집어 들길 바란다.
신선 식당
신선식당은 안동 시내의 전통적인 국시집이 아니다. 골목안 손국시 집처럼 옛날 레시피를 가진 집이 아니다. 현대적인 우동집니다.
메뉴가 냉우동, 우동, 비빔우동, 짜장으로 단순하다. 어른들은 우동 드시고 아이들은 짜장 먹으라는 뜻이다.
냉우동은 쫄깃한 우동 면발을 냉육수에 담가 나온다. 건진국수 스타일이 아니라 그야말로 냉우동이다. 겨울이나 여름이나 한결같이 사람들이 찾는다.
고객은 젊은 데이트족이나 가족이다. 애를 데리고 엄마들이 오는 곳이다. 엄마들도 예전에 학생 시절에 온 듯하다. 익숙하게 메뉴를 시키고 아이들과 함께 한다.
냉우동 [사진: 김성주] 하회마을 하회마을은 조선 중기와 후기의 마을을 볼 수 있는 전통 마을이다. 낙동강이 굽이치는 물돌이에 마을이 조성이 되어 3면이 강이고 한쪽면이 육지 통로이다. 풍산 류씨 서애 류성용의 고택을 중심으로 많은 한옥과 초가집이 있다. 이미 수십년전부터 하회마을은 공원화가 진행이 되어 진입부에는 주차장과 매표소, 식당가가 조성이 되었다. 매표를 한 후에 셔틀버스를 타고 마을 입구에 가서 내려 작은 다리를 건너야 비로소 마을에 들어 갈 수 있다. 아름다운 마을을 함부로 들어갈 수가 있겠는가. 충분히 볼만한 가치를 지녔기에 어렵사리 마을에 들어가는 행위는 의식과 같다. 미사 시간 도입부의 입당 예절이라고나 할까. 마을 외곽 주차장에서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사이의 공간과 시간이 마을 방문을 준비하게 만든다. 마을 안으로 들어 가면 한집 한집 구경을 해야 한다. 안동은 한반도의 남부와 중부 지방의 경계이다. 그래서 굴뚝이 집 벽과 땅의 경계에 세워져 있다. 북쪽으로 갈 수록 굴뚝은 벽을 타서 지붕 위로 올라 가고 남쪽으로 갈 수록 아궁이 밖 땅위에 세워진다. 위도마다 기후가 달라 굴뚝 위치가 다르단다. 집집마다 박물관이다. 그 중 류성룡 선생 고택 안의 박물관을 가면 당시의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징비록을 쓴 인물이라 의미가 깊다. 이순신 장군과 교감을 하신 분 아닌가. 류성룡 선생의 후손이 류시원이다.
하회마을 류성용 생가[사진 : 김성주]
엘리자베스 여왕이 식수한 구상나무 [사진: 김성주]
하회마을에 가서 전면에 보이는 절벽이 부용대이다. 그 절벽을 배경으로 진경 뮤지컬이 공연된 적도 있다. 진경 뮤지컬이란 실제 경관이 무대가 되어 연출되는 뮤지컬이다. 절벽에 조명을 대고 배우들이 바위와 배 위에서 연기를 하였다. 옛날 하회마을 양반들은 재미있게 놀았다. 심지어 뱃놀이를 하며 불꽃놀이도 즐겼다. 부용대에서 마을까지 숯가루를 묻힌 밧줄을 늘어 뜨린다. 소금과 숯이 섞어 밧줄에 바르고 불을 붙이면 타닥타닥하고 불꽃이 튄다. 수십가닥의 밧줄에서 반짝이는 불빛을 보며 배 위에서 술 마시며 놀았다고 한다. 그 배에는 누가 같이 탔을까? 설마 배우자는 아니겠지. 화회마을 건너편 부용대 마을 입구에 박재숙 안동국시 집이 하나 있었는데 지금은 영업을 안 하는지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안동 #안동국시 #안동테마파크 #안동가볼만한곳 #건진국수 #골목안손국수 #신선식당 #유교랜드 #하회마을 #주토피움 #안동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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