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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sungzu

[칼럼10] "새는 쌀농사의 적?" 패러다임 깨는 농촌마을들



두동편백마을 새 집 달아주기 캠페인. [사진 김성주]


농촌이 다양한 테마와 결합한 퓨전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를 테면 곡식이 한창 무르익는 가을에 허수아비를 세우지 않고 새들을 동반자적 관계로 대접하는 야생 생태를 만드는 식이다. 퓨전공간은 귀촌·귀농인에게 정착의 기회를 만들면서 농촌도 살린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10) 전북 익산 두동편백마을, 새들과 공생하는 생태계 조성 경북 문경엔 오미자 농사에 전통무술 결합한 역사 농장 1차 산업 개조해 새로운 가치 창출하려는 노력 한창 '은퇴 후 농사나 짓지'하는 한가한 소리는 이젠 그만

지난 11월 전라북도 익산시에 위치한 두동편백마을에서는 새집 달아주기 행사가 열렸다. 사시사철 새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마을을 둘러싼 울창한 편백나무 숲과 소나무 숲을 새들의 주거 단지로 만들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새집은 익산시 시민과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 달아 주었다.


가을걷이 때에도 새들을 쫓지 않는다. 곡식이 풍요롭게 익어 사람이 살기 좋은 고장이라면 새들과도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마을 생태가 먼저 살아야 야생 생태가 살아난다는 생태학자 최한수 박사의 권유로 이루어졌다.


경북 문경에 있는 ‘청화원’이라는 농장은 독특하다. 처음엔 오미지 농사만 짓는 줄 알았다. 그러나 가서 보니 그게 아니었다. 농장 대표 이소희 씨는 견훤의 일대기와 후삼국 시대 상황을 설명하며 견훤 리더십을 실감나게 이야기해준다. 마치 ‘재야 역사가’ 같다.





청화원 견훤 수업. [사진 김성주]


오미자 따며 전통무예 연마


게다가 농장주의 아버지는 쌍절곤을 휘두르고 활을 쏜다. 그는 조선 정조 때 제작된 전통 무술 훈련 교범인 『무예도보통지』를 번역한 무술의 고수란다. 예사롭지 않다. 가족들은 오미자를 따며 견훤 이야기를 하고 무공을 연마한다. 왠지 견훤도 그 옛날 오미자 차를 마셨을 것 같다.


청화원은 아버지와 어머니, 유치원 교사였던 딸이 서울서 살다가 고향으로 내려와 ‘역사 농장’을 만들면서 탄생했다. 교육여행사 ‘소풍’의 남동규 대표가 청화원을 역사농장으로 다듬었다. 역사를 공부한 남 대표는 지역의 역사 인문 자원을 발굴해 농장의 콘텐츠로 만드는 작업을 한다.



청화원 무술 수련. [사진 김성주]


경기도 이천의 돼지박물관은 돼지가 존경받는 농장이다. 미니 돼지 50마리가 재롱을 떨어 사람들이 좋아한다. 경북 김제의 ‘사랑골영농조합’은 닭 400마리가 복날에 희생되지 않고 천수를 누리며 놀기에 닭 낙원이라 불린다.


충남 논산의 ‘이명한전통문화학교’라는 연을 키우는 농장에 가면 커다란 비닐하우스 안에 조그마한 풀장이 있다. 실내 워터파크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여름에 물놀이가 가능하다. 겨울에는 김장할 때 배추를 절이는데에도 이용할 수 있다.이 농장은 필자의 작품이다. 농작물이 자라면서 재미도 함께 자라는 장소라는 취지로 농장을 테마파크로 만들고 있다.


지금 소개한 농장들의 공통점은 전통적인 농업과 농촌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두동편백마을은 새는 쌀농사의 적이라는 패러다임을 깨고 오히려 새집을 지어 주고 모이를 주며 새와 더불어 살고자 한다.



청화원 활쏘기. [사진 김성주]


청화원은 ‘문경=오미자’라는 패러다임을 깨고 오미자 농사에서 견훤과 전통 무술을 결합해 문경의 이미지를 확장했다. 돼지박물관은 돼지는 더럽다는 편견을 깨고 돼지는 깨끗하고 인간을 위해 희생한다는 사실을 알려 축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꾀하고 있다.


이제 농사의 규모가 줄고 농업인도 많이 떠나 마치 농업이 사양 산업인 양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다. 식량을 조달하는 농업은 사회의 근간이니 없어져서는 안 될뿐더러 더욱 육성하고 보호해야 한다. 농업 종사자가 떠나고 농촌 인구가 준다고 사람 머릿수만 늘리려는 귀농·귀촌 정책으로는 지금의 현실적 어려움을 타개할 수 없다.


지금 농업과 농촌은 변하고 있다. 그러나 농촌에서 생산된 식량을 소비하는 도시 사람의 생각과 제조업으로 잇속을 채우려는 자본가의 이기심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다.



두동편백마을 새 집. [사진 김성주]


익산 두동편백마을은 지역과 생태(Eco)의 만남이다. 문경 청화원은 농장과 역사(History)의 만남이다. 돼지박물관은 축산과 재미(Entertainment)의 만남이다. 농장은 생태·역사·재미·자원이란 자원(Resources)이 모여 있는 구역(Area)인데, 이들 단어의 영문 이니셜을 모아 보니 ‘에헤라(EHERA)’가 된다.



 

‘에헤라’ 프로젝트, 귀촌인에게 무료 자문


에헤라? 우리말 ‘에헤라디야’와 비슷하다. 말을 만들어 보니 재미가 있어 생태학자·역사학자·관광학자들이 모여 아예 ‘에헤라 프로젝트(http://ehera.kr)’이라는 이름으로 팀을 꾸려 시골로 내려가 생태가 살아 있고 역사와 인문이 숨쉬며 재미가 넘치는 마을과 농장을 만들고 있다. 이프로젝트는 농촌의 패러다임 전환과 혁신에 일조하고 있다. 귀농·귀촌한 사람에게는 무료로 자문해 주고 있으니 관심을 가질 만하다.



에헤라디야. [사진 김성주]


패러다임을 전환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혁신의 한 방법이다. 기존의 1차 산업을 개조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려는 노력이 지금 농·어촌에서, 산촌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은퇴해서 농사나 짓지’라는 한가한 소리는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 집 하나 지어 웅크리고 앉아 안빈낙도하는 것은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이한 요즘 농어촌에선 굶어죽기 딱 알맞다.


가을 녘 벼가 익어가는 황금 들판에 새들이 날아들면 행여 낟알 을 주워갈까 노심초사하던 농심이 이제는 새집을 지어 주고 모이도 뿌려 주는 동반자적 가치관으로 바뀌고 있다. 농촌이 왜 이렇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동참하는 것이 귀농·귀촌인이 살아남는 길일 것이다.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sungzu@naver.com


[출처: 중앙일보] [더,오래] "새는 쌀농사의 적?" 패러다임 깨는 농촌마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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