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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sungzu

[김성주 더봄] "족발이 우리 식구들을 좀비로 만들었다"

[김성주의 귀농귀촌 이야기] 관광두레 PD가 족발집 사장으로 변신 양평 생태 지킴이 신교진 PD의 사연 지역사회 발전 노력, 사랑으로 돌아와

경기도 양평군은 경기도의 동부 지역이다. 더 동쪽으로 가면 강원도 홍천이다. 서쪽으로 가면 남양주시를 지나 서울과 맞닿는다. 철도가 오래전부터 놓여 있어서 양평 사람은 장 보러 서울 청량리를 갔었다. 지금 서울 사람은 장을 보러 양평과 용문 시장에 간다. 양평역은 KTX도 지나가니 금세 간다.

양평의 풍경은 소설가 황순원의 눈에는 평양으로 보였나 보다. 우리가 잘 아는 ‘소나기’는 양평이 배경인데, 평양을 거꾸로 읽으면 양평이다. 황순원의 고향은 평양이다. 양평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소년 소녀의 이야기는 너무나 애틋해서 모두가 소설을 자기 이야기로 투영시킨다. 소나기는 모두의 고향 이야기이고 양평은 우리의 고향인 셈이다.

전원주택 단지로 잘 알려져 있다. 북한강과 남한강의 수려한 경치를 안고 있고 산세가 좋아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은퇴 후에 거주할 지역으로 선호도가 높다. 인구 유입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양평 안에서도 아파트 단지들이 눈에 띄고 있다.

인구가 12만 명 수준이다. 지금 한국이 인구 감소 추세라면 양평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양평은 시(市)가 아니라 군(郡)이다. 상수원 보호 구역이라 대규모 개발은 허용되지 않는다. 주민들은 ‘개발’이라는 면에서는 아쉬워하지만 그래도 보호라는 측면에서 다행으로 여긴다. 환경이 잘 보전되어 있기 때문이다.

양평은 ‘물의 도시’로 불린다. 풍부한 한강 수자원 덕분에 생태계가 풍성하다. 겨울에 고니를 비롯한 많은 철새가 양평에서 겨울을 난다. 환경 지표종인 수달이 살기에 적합하여 흔히 발견된다. 최근 몇 년간 양평에서 발견되는 생물종은 매우 다양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생태 도시다운 모습이 보인다. 그래서 양평은 생태관광을 즐기기에 매우 적합하다.


양평을 생태 도시로 만든 숨은 주역이 한 명 있다. 양평 갈산공원의 생태 가치를 발견하고 주민들과 환경 보호 운동을 펼치고 양평 관광에 IT를 접목하여 유명 관광지와 농촌 마을, 농장까지 모두 하나로 연결하고 양평의 생태관광 붐을 일으킨 신교진 PD이다.


신교진 씨를 PD로 호칭하는 이유는 그가 예전에 관광두레 PD였기 때문이다. 관광두레는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문체부가 10년 전부터 추진하고 있는 제도이다. 두레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관광사업을 일구어 나가도록 지원한다. PD는 지역마다 한 명씩 선임이 되어 관광두레 사업체를 도와준다. 사업 기획에서 안정화 단계까지 이끌어내는 역할이다.

사실 그는 포항공대 대학원 출신이다. 지역이나 관광과는 무관했던 사람이다. 대학 진학과 직장 생활을 위해 고향인 양평을 떠나 서울에서 지냈다. 괜찮은 IT 기업에서 일했다. 그러던 중 양평의 한 농촌 마을에서 온라인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래서 주민들을 만났다. 묘하게 고향 사람들이 하는 사업에 관심이 쏠리더란다.

양평을 생태 도시로 만든 숨은 주역이 한 명 있다. 양평 갈산공원의 생태 가치를 발견하고 주민들과 환경 보호 운동을 펼치고 양평 관광에 IT를 접목하여 유명 관광지와 농촌 마을, 농장까지 모두 하나로 연결하고 양평의 생태관광 붐을 일으킨 신교진 PD이다. /사진=김성주

양평 수미마을 축제를 기획했다. 덕분에 수미마을은 국내 최고의 체험 마을이자 귀농귀촌인이 몰려오는 마을이 되었다. 양평 동동 카누를 세상에 알렸다. 도시 근교에서 카누를 타고 유유자적하고 노는 즐거움을 만들어 냈다. 카누를 타는 손님들에게 놀라운 양평 생태를 알렸다.

양평 최초로 철새 탐조 활동을 운영하였다. 새를 보러 온 가족들에게 양평의 펜션들을 소개했다. 덕분에 펜션에 손님들이 늘어나자 주인들은 숙박객들에게 탐조 활동을 권했다. 양평 관광두레는 그렇게 탄생하고 지금까지 이어진다. 그러던 중 그는 양평으로 귀촌한다.

또 양평관광협동조합에 참여하였다. 양평관광협동조합은 양평의 관광사업체 연합이다. 앱 하나에 양평 관광지를 모두 묶어 넣었다. 예약 시스템과 통합 할인권과 마일리지 제도를 넣었다. 당시만 해도 획기적인 시스템이었다. 그는 양평역에 마련된 관광안내소 소장도 했었다.


신교진 PD는 양평 최초로 철새 탐조 활동을 운영하였다. 새를 보러 온 가족들에게 양평의 펜션들을 소개했다. 덕분에 펜션에 손님들이 늘어나자 주인들은 숙박객들에게 다시 탐조 활동을 권했다. 철새 탐조 활동 중인 학생들 /사진=김성주


그는 ‘갈산공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었다. 줄여서 ‘갈사모’라 부르는 단체는 협동조합까지 되었다. 오로지 갈산공원을 비롯한 양평 생태를 지키는 역할을 한다. 갈산공원은 양평읍의 시민 공원으로 양평역에서도 멀지 않다.

모임에서는 갈산공원의 환경을 개선하고 갈산공원과 남한강에서 서식하는 모든 생물종을 조사하고 생태 탐방 활동을 방문객에게 제공한다. 지역 주민들을 참여시켜 플리마켓(벼룩시장)도 열고 도시 농업 강좌도 열었다. 그 덕에 2019년에는 경기마을공동체 우수활동사례 발표회에서 최고마을상을 수상하였다. 모두가 신 PD의 헌신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던 그가 나더러 족발을 먹으러 오란다. 둘이 만나면 그냥 새 이야기만 하던 사이인데 웬 족발? 자기가 족발집을 차렸단다. 그러니 어서 오란다. 가게 이름은 ‘몽실 족발공장’이니 스마트폰 지도로 쉽게 찾을 수 있단다.

족발집은 양평역에서 5분 거리 양평 먹거리 골목에 있었다. 가게 문을 들어서니 제법 족발집 사장다운 포스를 드러내며 칼질을 하고 있었다. 나를 보고 씨익 웃는 모습은 영락없는 동네 청년인데 두건과 앞치마를 두르고 족발을 썰고 있으니 장인의 모습이다.



가게 문을 들어서니 제법 족발집 사장다운 포스를 드러내며 칼질을 하고 있었다. 나를 보고 씨익 웃는 모습은 영락없는 동네 청년인데 두건과 앞치마를 두르고 족발을 썰고 있으니 장인의 모습이다. 족발 써는 조리대 앞에 선 신교진 PD /사진=김성주


족발집을 낸 사연을 물었다. 갈사모 회원 중에 한 분이 음식점 몇 개를 하시는데 그 중 족발집을 운영해 보라고 권하셨단다. 외식업은 생소하겠지만 신 PD의 성실함과 마케팅 능력을 눈여겨본 회원이 그에게 강력히 권한 것이다.

신 PD와 가족들은 작년 연말부터 족발 조리법을 전수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개업하였다. 가족 모두가 참여하여 운영하고 있다. 최근 들어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단다. 지역의 맛집으로 인정받기 시작하더니 손님이 늘더란다.

족발에는 좋건 싫건 돼지만의 냄새가 배어 있다. 그 냄새는 사람이 맡기에는 부담이 있어서 향신료를 넣는다. 족발은 대개 한약재를 넣어 누린내를 잡는다. 신 PD는 한약재 대신 과일을 넣어 냄새를 없앴다. 과일이 연육 효과를 내어 고기가 부드러워질 수 있다고 한다. 부드러움과 향긋함이 섞이니 아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

신 PD네 족발은 진짜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가게 문을 들어오면서 족발 냄새가 좋다고 웃으며 들어오는 아이도 있다고 하니 우습다. 애가 족발을 얼마나 안다고 족향이 좋다고 하니 말이다.

역시나 지역 주민들이 신교진 PD를 지원하고 후원하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가게 평이 좋다. 그동안 양평에서 양평을 위하여 벌인 좋은 일들이 족발 사랑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저 그랬던 수변의 갈산공원을 생태 관광의 중심지로 만들어 내고 사람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살기 좋고 쉬기 좋은 양평으로 일구어 낸 보람이 이렇게 돌아오는가 싶다.

지역으로 귀촌하는 것을 ‘농촌 지역에서 농업 외의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귀촌자의 직업은 매우 다양하다. 현재 귀농귀촌인의 95%가 귀촌인이다. 귀농귀촌 정책과 사례는 대부분이 귀농인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절대다수의 귀촌인에 대한 사례 조사는 많지 않다.

귀농귀촌 실태조사에 의하면 귀촌 사유로 농산업 외 직장 취업(22.6%), 자연환경(14.1%), 정서적 여유(13.2%) 순으로 나타난다. 취업 부분을 해석하자면 직장이 농촌 지역으로 이전하거나 농촌 지역에 있기 때문에 수동적으로 이주했다고 본다. 신교진 PD처럼 농촌 지역으로 일자리를 찾아서 능동적으로 온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최근에는 젊은 계층이 자발적으로 농촌 지역으로 이주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단순히 전원생활을 즐기러 오는 것이 아니라 직접 일자리를 찾거나 창업하여 오는 사례가 늘어난다는 것에 주목한다.

신교진 PD의 사례는 안정된 직장이 확보된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아서 귀촌하고, 10년 노력의 결과가 지역 사회 발전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칭찬받을 만하다. 그러니 그에게 생소한 족발집 창업이 지역 사람들의 사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나는 늦은 시간에 찾아갔기에 가게에서 족발을 먹지는 못했다. 손님들이 꽤 많이 오고 가기 때문에 저녁 식사 시간에 갔으면 아예 이야기도 못 나눌 뻔했었다. 그래서 족발 대자를 사서 포장해 갔다.

집으로 가니 저녁 11시이다. 시간이 늦어 다음 날 아침에 먹을까 했는데 식구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슬그머니 방에서 나오더니 족발 포장 봉지를 뜯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뼈만 남았다. 족발이 우리 식구들을 좀비로 만들었다. 진짜 맛있다. 그동안 먹은 족발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싶다. 야식이 이래서 무서운 거다.

더 무서운 것은 이제 족발 먹으려면 양평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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